2006년 6월 9일 금요일

살아있다는 것 자체가 기적이다

무슨 당연한 소리인가 싶겠지만,
정말 곰곰히 생각해 본다면 살아서 숨을 쉬고 있고
지금 이 글을 쓰고 읽고 있다는 것 자체가 기적이다.

생명, 그 중에서도 사람의 몸이란 참 약하고 약한 존재다.

적어도 하루에 2000kcal 이상의 음식물을 섭취해 줘야만
몸의 일부를 태워서 에너지로 활용하지 않고도 버틸 수 있으며

20시간 이상 쉴새 없이 움직여버리고 나면
거의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하며

약 1주일간 물을 마시지 못하면 탈수로 죽을 수 있지만
적어도 우리는 다행히 고개만 돌리면 물이 있는 나라에 살고 있으며

100ºC 이상의 열만 닿아도 녹아내리는 피부를 갖고 살고 있지만
수천ºC의 고열을 다루는 법을 알아내 문명을 이루고 집을 짓고
살면서 자연재해로부터 보호를 받고 있다


1분만 숨을 쉬지 못해도 '죽을 것 같다'라는 생각부터 들고
단 2~3초만 심장이 멎어도 죽을 수 있다.


1980년 어느 날 이후로 지난 25년동안,
또는 약 9200일 동안,
또는 약 22만 시간 동안,
또는 약 1천 3백 2십만 분 동안,
또는 약 8억초 동안,

무려 8억초 동안,
내 심장은 고맙게도 단 2초 동안도
펌핑을 멈춘 적이 없었다.

물론 저맥증 증상이 좀 있어서
남들보다 한번에 뿜는 양도 많지 않고
많이 뛰지도 않는다지만

그래도 8억초동안 계속 해서 뛰어준 심장을 생각하면

살아있다는 것 자체가 기적이 아닌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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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운동에는 별로 관심도 소질도 없던 내가 몇년이 지난 오늘은 이런 짓도 할 수 있다는 것이


(2000년 여름, 고려대학교 강당 앞)


기적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 원문 이동 날짜 : 2006년 7월 2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