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7월 11일 화요일

할머니

할머니는 매일 아침, 하루도 빠지지 않고 아버지의 출근하는 뒷모습을 지켜 보신다. 요새 들어서 아빠가 할머니한테 잔소리가 많아졌다고 나한테 불평을 하시면서도, 아빠가 차에 타서 주차장 밖으로 나가기까지 단 30초도 걸리지 않을 때가 많은데도... 항상 막내 동생 민아방으로 들어 가셔서는 큰 창문을 통해서 여섯 층 아래의 주차장을 힘들게 내려다 보신다.

어차피 아빠가 주차장에서 길을 잃을 염려도 없는데, 그리고 그렇게 민아 방에 매일 아침 7시 30분마다 문을 열고 들어가셔서 창문을 드르륵 여시면 민아도 잠을 설치는데, 할머니의 아빠 배웅(?)은 매일 계속된다.

뭐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졌지만, 다시 한번 생각해보니, 내가 만약 할머니께 그러지 마시라고 말한다면 할머니의 일상적인 행복 중 한 가지를 빼앗아 가는 꼴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갈 수록 살아가는 '재미'는 줄어들고 몸의 '고통'과 주변의 '무관심'만 늘어가는 할머니께 그런 사소한 재미, 그리고 일상의 기반이 되는 의미없지만 변함없는 '사건'들마저 없다면 너무 힘드실 테니까.

반사적으로, 습관적으로 가족을 대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생각보다 쉽지는 않다는 것을 절감하고 있다. 하지만 노력해야 한다. 가족이니까. 노력하고 싶다.




아버지의 답변

사람이 나이들어 늙으면 단순해지고 많은것들을 망각하며 감정도 메말라 가는가 보더라.할머니 년세쯤되면 어린이들 처럼 순수해지고 오직 자식들만을
생각하시면서 생활하신다.그래서 많은 생각을 하실수있도록 의도적인 잔소리도 하고 조그만 일을 맡겨서 성취감을 맛보시도록 해드려야 건강을 유지할수
있으리라고 아빠는 생각한다.아빠가 입버릇처럼 할머니께 정리정돈과 청결을 말씀드리는데는 아빠나름데로 할머니를 배려하는 마음인데 현우가 느끼는
기분은 어떠한지 모르겠다.내가 나이들어서 할머니처럼 늙어지면 아빠도 할머니와 똑같은 전철을 밟을 것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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