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7월 14일 금요일

국제이해교육 포럼 [다문화사회의 교육: 현황과 대안]


국제이해교육 포럼 [다문화사회의 교육: 현황과 대안]에 다녀왔다.
- APCEIU 주최, 서울여성프라자 아트홀, Sat 8 July 2006


APCEIU(Asia-Pacific Centre of Education for International Understanding) 주최로 서울여성프라자에서 열린 ‘국제이해교육 포럼’에 다녀왔다.

주제는 ‘다문화 사회의 교육: 대안과 현황’.

‘세계화’ ‘국제화’ ‘글로벌 대한민국’ ‘세계 속의 대한민국’ 등, 멋져 보이는 이런 단어들을 간판으로 내걸고 영어 학원, 해외 어학연수 프로그램, 조기 유학 프로그램 등을 홍보하는 문구와 이미지들이 지하철, 버스, 학교 게시판, 인터넷 웹 페이지 배너 속, 신문 광고란, 그리고 심지어는 여름철 길가에서 나누어 주는 플라스틱 부채에서까지, 여기저기 눈에 띄지만 사실 대한민국은 아직까지도 외국인들이 선뜻 여행 오기 겁나는 나라다.

물론, 막상 한국으로 여행을 오는 외국인 여행자들은 대부분이 즐거운 추억을 만들고 돌아가며, 돌아가서는 정말 좋았다는 얘기들을 많이 한다. 하지만 그것은 그들이 대체로 ‘여행자의 마음 가짐’으로 ‘모든 것을 새로움으로 기쁘게 받아들이려는 자세’로 무장한 상태에서 한국에 왔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대한민국은 살기 좋은 나라다.
하지만 그것은 내가 한국인이기 때문이고, 극빈층이 아니기 때문이며, 아마도 앞으로 적어도 어느 정도는,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는 것을 내 스스로 알고 있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내가 한국인이 아닌 외국인이며, 항상 생계유지에 부담을 느끼며, 앞으로도 그런 상황이 개선되지 않을 것이라면, 나는 지금처럼 긍정적으로 삶을 살아가기 힘들 것이다.


지금까지의 대한민국에서는, 여기서 ‘내가 만약 한국인이 아니라면’이라는 가정이 별로 의미가 없었다. 하지만 이제 달라지고 있다. 대한민국은 더 이상 단일민족국가가 아니고, 한국인들끼리 사는 나라가 아니다. 하지만 현재 혼인신고가 이루어지는 결혼의 14% 정도가 국제 결혼이라는 사실을, 그리고 3년 뒤 한국 내에 거주하게 될 예상 외국인 인구가 120만 명이라는 사실을, 그리고 이렇게 더 이상 ‘소수가 아닌 소수인’ 그들을 여전히 ‘소수 집단’으로 여겨지는 이유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한국에 들어와 있는 외국인들은 당연히 한국 사회에 적응하려고 무진장 애를 쓰고 있다. 한국어를 배우고, 한국의 매운 음식을 잘 먹으려 노력하고 또 만드는 법을 배우려 하며, 사람들에게 자기 나라 욕을 먹이지 않으려고 대다수의 한국 사람들보다 훨씬 예의 바르게 행동한다. (그렇지 않은 이들도 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개인의 성격 문제이고 전반적으로는 노력의 흔적을 엿볼 수 있다.)


하지만 우리들은 그들에게 어떤 도움을 주고 있는가?
한국이라는 나라를 ‘고향을 떠나 일하며 살 곳’으로 선택한 그들에게 한국 사회는 어떤 도움을 제공하고 있는가? 많은 시민단체들이 그리고 정부에서 실시하는 외국인 노동자 도와주기 프로그램들의 초점은 ‘그들이 얼마나 빠르게 한국 사회에 적응하는가’에 맞춰져 있다. 안 그래도 노력하고 있는 사람들의 등을 떠밀며 ‘더 빨리 적응해서 어서 한국인이 되어라’라고 하는 셈이다.


이것은 그들과의 문화적인 융화를 거부하고 ‘잘 살고 싶으면 너희가 우리처럼 되어라’라며 뒷짐지고 있는 격인데, 여기에는 (나를 포함한) 일반 대중들의 무관심도 한 몫 하고 있다. 이미 인구 구조 상으로는 빠르게 다문화 사회가 되어 가고 있는 한국에 살고 있으면서 우리는 여전히 ‘단일민족’이라는, 초등학교 1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에 걸쳐 각종 교과서 수십 군데에 걸쳐 등장하는 이 시대착오적인 단어에 집착하고 있다. 물론, 그다지 의식하지 못한 채 그렇게 되었긴 하지만 말이다.


한국은 혼자서 잘 살 수 없다. 한국만 그런 것이 아니라, 전쟁이 일어나고 국가 간 이권 다툼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고 치사해지고는 있어도 세계 모든 나라는 공통적으로 다른 나라들과 문화적인 교류를 주고 받으면서 발전해 나가야만 하는 시대가 왔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어를 구사할 수 있는 외국인들이 급속도로 많아지고 있다는 사실은 매우 긍정적이다. 하지만 문제는 우리가 그들을 다언어를 구사할 수 있는 ‘인적 자원’으로 활용하고 있는냐 하는 것이다.


국내 거주 외국인들의 자녀들, 그리고 국제 결혼을 한 부모를 둔 아이들이 이제 점점 더 많이 학교에 다니게 될 것이다. 하지만 현재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들은 대부분이 이러한 소위 ‘혼혈’이나 ‘외국인’ 학생들이 따돌림을 당하지 않고 떳떳하게 학습하고 생활할 수 있도록 지도하는 방법을 제대로 배운 적이 없는 사람들이다. 일반인들과 똑같은 편견과 선입견을 가지고 학생들을 대한다면 이들이 어떤 상처를 받고 어떤 고통을 겪게 될지는 불을 보듯 뻔한 일이 아닌가?


빨리 달라져야 한다. 이미 문제점들이 드러나고 있다. 외국인 근로자 자녀나 혼혈 아동들에 대한 차별 대우, 따돌림, 미취학, 집단 폭행 등. 하지만 그들이 나중에 자라나서 부모가 되었을 때에는 자기 자식들이 ‘부모 모두가 한국인인 소수 집단’으로서 살아가야 할 날이 올는지는 아무도 모르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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