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6월 13일 수요일

대학교의 외국어 말하기 수업에 아쉬운 점

저는 프랑스어를 전공하고 있습니다. 아니 좀 더 정확히 말하면 불어불문학을 전공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수업의 상당 부분이 문학에 관련된 내용이고, 수업 시간에 프랑스어 자체를 공부할 수 있는 수업은 그 중 절반 정도입니다. 이번 주 중으로 새롭게 올라올 languagetalk.kr 에피소드에서도 말씀드리겠지만, 문학 공부는 분명히 중요합니다. 결코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불어불문학과 학생으로서 저희 학과의 커리큘럼에 대해서는 별로 ^^ 자랑스럽지가 않습니다.

무 엇보다도 학생들의 실력이 전공자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터무니 없이 부족하다는 점인데, 이것은 저도 예외가 아니라는 점을 인정합니다. 프랑스어가 전공이라고 하면서도 영어를 더 잘 한다는 것은, 아무리 영어를 먼저 공부하기 시작했다고 해도, 핑계가 있을 수 없는 안타까운 사실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렇다면 어째서 학생들의 실력이 충분한 수준에 미치지 못할까요? 학생들이 그냥 게을러서? 공부를 하라고 하라고 해도 말을 안 들어서? 아니면 프랑스어가 사실 사회 생활이나 취직에 별로 도움이 안 되어서 필요가 없기 때문에? 뭐 이것저것 다양한 이유가 있을 수 있겠지만, 이것은 학교의 커리큘럼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게 다가 원어민 선생님의 수업을 비교적 많이 듣는 불문과 학생들에 비해서 한국인 선생님들의 불어 수업을 비교적 많이 듣는 다른 학과 학생들이 불어 문법이나 기본적인 의사소통 측면에서 실력이 뛰어난 경우를 많이 보았습니다. 이는 왜일까요?

한국인 선생님께서 하시는 불어 수업에 들어가면, 부족한 실력에서 시작을 하더라도 그나마 다양하게 외워야 할 내용에 대해서 과제도 주시고, 수업 시간에 큰 소리로 같이 따라 읽어보기도 하고, 한 마디로 말해서 '주입식' 교육을 부분적으로나마 채용하는 경우가 많은 반면에, 원어민 선생님 수업에 들어가면 '주입식' 교육은 한국적인 것이기 때문인지 아니면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지 않는 방식인지, 대체로 '다 같이 따라 읽기'라던가 '외워와서 발표하기' 또는 '문법 패턴 활용해서 문장 몇십개 만들어 보기' 등과 같은 형태의 수업은 많이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저희 학교의 경우를 예로 들면, 원어민 선생님과 함께 하는 프랑스어 말하기 수업 시간에 대부분의 학생들이 하게 되는 말은 '잘 모르겠습니다' 라던가 '감사합니다' 또는 그 이외에는 굉장히 간단한 말들이나 책에 써 있는 말 그대로 읽으면 되는 대답 등이 대부분이죠. 개개인에게 '사람들 앞에서 프랑스어로 말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라는 점에서 효과적이지만, 학생들이 말할 준비가 안 되어 있는 상태에서는 이러한 방법도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반면 한국인 선생님 수업 시간에는 개개인에게 말할 기회를 많이 주지는 않고 선생님으로부터 학생들에게 일방적인 정보 전달이 이루어지지만, 적어도 10번 이상은 단어든 표현이든 큰 소리로 발음을 해 보게 되는데, 원어민 선생님 수업 시간에 거의 1~2번 정도에 그치는 것에 비해서 더 많은 공부가 될 것임은 명백합니다.

저희 학교 선생님들의 프랑스어 수업 열의나 준비에 대해서 비난하는 것이 아닙니다. 정말 많은 자료를 준비해 오시고, 정말 열성적으로 가르쳐 주십니다. 하지만 학생들이 이것을 그대로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지 선생님들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고, 학생들 역시 "이런 수업 형태라면 나는 어덯게 준비를 해 와서 앉아 있어야 하는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만약 개인적으로 말하기를 많이 시키면서 단체로 소리내어 따라 읽거나 하는 등의 활동이 별로 없는 수업이라면, 지난 시간에 덮은 책을 이번 시간에 와서 처음 펴 봐서는, 한 학기에 이 수업 시간에 불어로 말해 보는 문장이 20문장도 안 되게 됩니다. 이 무슨 시간 낭비입니까. 미리 미리 생각해 보고, 표현들을 혼자서 많이 고민해 본 후에, 선생님의 질문에 반드시 부합하는 대답이 아닐지라도 수업시간에는 무조건 말을 많이 내뱉어 보는 것을 목표로 삼을 필요가 있습니다.

이는 저희 학교 불어불문과뿐만 아니라, 상대적으로 말하기 실력을 키울 기회가 부족한 외국어 학과의 경우에 모두 해당한다고 생각이 됩니다. 선생님들께서 그냥 열심히 수업하신다고, 그리고 학생들은 열심히 출석해서 그 수업 진도에 맞춰간다고 해서 쌍방이 원하는 성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닌 것이죠. :D

댓글 2개:

익명 :

시험기간인데도 왕성하게 올리시네요..
대단하세요..

만들고 있는 영어 블로그가 있긴한데 다듬으면 알려드릴께요..ㅋ

Unknown :

공부하다 답답할 때 숨돌리기로 쓰고 있어요. 그런데 인환님, 혹시 php나 플래시 프로그래밍을 전문가 수준으로 하시는 친구가 주변에 있으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