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살 안에 7개 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고 싶다."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도 영어 하나만 유창하게 해도 많은 사람들의 부러움의 대상이 되고, 거기에 중국어나 일어, 또는 프랑스어 등 외국어를 하나만 더 할 줄 알아도 그 순간 (약간 과장을 보태서) 경이로운 존재가 되어 버린다.
물론, 여러 외국어를 할 줄 안다는 것은 엄청난 값어치를 가진다.
흔히들 생각하듯 단순히 비영어권 국가로 해외 여행을 가서도 현지 사람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어서라던가, 왠지 해외에 자주 나갈 수 있는 직업을 가질 수 있을 것 같아서만은 아니다. 그것들은 모두 부수적인 것들이고, 외국어를 하나씩 더 배울 때마다 세상이 두 배로 넓어지고 삶이 두 배, 아니 그 이상으로 풍요로워지기 때문에 그 무엇보다도 가치 있고 중요한 투자인 것이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믿고, 실제로 외국어를 공부하기 (물론, 영어부터) 시작하면서 내 인생 자체가 달라졌다고 확신을 갖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좋은 외국어 공부를, 왜 사람들은 '나 ㅇㅇ어 공부하려고'라고 말만 해도 '우와~ 멋지다' '부럽다~ 나도 하고 싶다'라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실제로 덤벼들어서 하지는 못하는 걸까? 어째서, 주변에 러시아어를 할 줄 아는 친구가 한 명만 있어도 '대단하다'라는 형용사를 조건 반사적으로 갖다 붙이면서도 직접 본인이 공부를 시작하지는 않는 걸까?
그 이유는 … 두렵기 때문이다.
어려울까 봐 두려운 것이 아니라,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도 성과가 없을까 봐 두려운 것이다.
그리고 이 두려움이 '어렵고 어려운' 영어 공부를 통해서 이미 현실로 나타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다른 외국어도 괜히 손만 댔다가 결국은 잘 하지도 못하고 포기하게 될까 봐 아예 처음부터 다른 외국어들은 '원래 그런 쪽에 소질이 있는 사람들'한테 맡겨 놓고 마는 것이다.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영어 공부는 이렇게 해라'하는 자신만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전국 수천 수만의 영어 강사들이 매일 목이 쉬어 가며 강의를 하는데도 어째서 여전히 대부분은 여전히 '영어는 어려워'하며 포기하고 마는가? 방법을 잘 몰라서 그렇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네이버에 '영어 공부 방법'이라고 검색어를 쳐 본 뒤에 20분 정도만 할애해서 블로그에 쓰여진 글들 몇 편만 읽어도 '아… 이렇게 하면 되겠구나'하는 감이 오기 때문이다.
결국 문제는, 실천이다.
공부 방법을 파악하는 것과 실제로 공부를 매일매일 해 나가는 것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이는 마치 '생로병사' 프로그램을 보면서 '그래 내일부터 하루에 녹차를 네 잔씩 마시자'라고 다짐한 후 며칠이 지나서는 사실 오늘도 한 잔도 마시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것과 같다.
짦으면 짧다고도 할 수 있지만 내게는 충분히 긴 시간이었던 2개월간의 유럽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면서 나는 다짐했다. 지금 공부하는 영어, 프랑스어, 일본어 외에도 스페인어, 독일어, 러시아어, 중국어, 그리고 라틴어를 공부해야겠다고.
네덜란드에서는 현지인들이 '영어랑 굉장히 비슷해서 배우기 쉬울 거예요'라고 하는 Dutch를 알아들을 수 없어서 속상했고, 이탈리아 베니스에서는 내 스스로가 너무 많아서 현지인들에게는 돈벌이의 수단임과 동시에 귀찮음의 대상으로 여겨지는 '그 많고 많은 관광객들' 중 한명에 불과함을 느껴야 했던 이유도 Italian을 못하기 때문이었지만, 지금 당장은 Dutch나 Italian, Swiss-German이나 Afrikaans 등의 언어보다는 위의 7개 언어를 먼저 공부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오늘 공부를 아주 처음부터 시작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오늘부터 페이퍼를 쓰기 시작하려고 한다.
'외국어 공부'라면 누구보다도 자신있다고 평소에 큰 소리 치는 내 스스로의 학습 진행 상황을 지켜볼 수 있는 동시에, 나와 관심사가 같지만 실생활 속에서 어떻게 '실천'하고 습관으로 만들 수 있는지 그 구체적인 방향을 잡는 것이 어렵게 느껴지는 이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재미있게 공부해 보자 :-)
http://paper.cyworld.com/ployglot
2006년 7월 12일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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